갑자기 찾아온 재앙 같은 풍경
며칠 전부터 중국 여러 도시에서 퍼진 황사는 그야말로 "종말이 온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베이징, 톈진, 산시성, 네이멍구 자치구까지—도시 전체가 황토빛 안개로 덮였고, 창문을 닫고 있어도 미세한 모래가 집 안으로 스며들 정도였다. 마스크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했고, 심지어 방 안에서도 숨쉬기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황사의 심각성을 전하는 영상들이 중국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진짜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고층에서 내려다본 도시 풍경은 마치 사막처럼 변해버렸고, 붉게 물든 하늘은 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어떤 하늘과도 다른 색이었다.
매년 반복되는 황사,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황사는 사실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매년 봄, 특히 3~5월 사이면 중국 북부와 한반도, 일본까지 영향을 미치는 황사가 찾아온다. 하지만 올해의 황사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넓게 퍼졌다.
특히 이번 황사는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수치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황사의 주 원인인 중국 내 사막화, 몽골 고비사막의 토양 황폐화, 기후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이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황사의 강도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기상국도 "10년 만에 가장 심한 황사"라고 공식 발표했다.
사라진 하늘, 사라진 일상
황사가 심각했던 날, 베이징 시내의 사진을 보면 모든 것이 노랗다. 자동차 불빛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출근길, 마스크 두 겹, 고글까지 착용한 사람들, 실내로 대피한 아이들, 폐쇄된 학교 운동장.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뛸 수 없는 날이 언제부터 이렇게 많아졌을까요?"라고 한 교사가 SNS에 남긴 글이 많은 중국인의 공감을 받았다.
직장인 왕리(王丽, 가명) 씨는 인터뷰에서 "마치 세상이 끝난 것 같았다. 사람들 얼굴이 보이지 않고, 길에선 다들 머리를 숙이고 빠르게 걸어가거나 뛰고 있었다"며 "이게 자연이 주는 경고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나"라고 말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
황사의 원인은 자연적 현상과 인간 활동의 복합이다. 과거에도 중국 북부 지역의 사막화로 인해 황사는 있었지만, 산업화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산림 파괴,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황사를 폭발적으로 악화시켰다.
몽골과 중국 내륙에서는 수십 년 동안의 초지 파괴, 무분별한 방목, 광산 개발이 토양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거기다 겨울과 봄 사이 강수량 부족이 겹쳐 바람 한 번 불면 흙먼지가 수천 km를 날아와 도시를 덮는다.
특히 올해 황사의 강도는 기후 변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강도의 황사는 과거에 비해 분명히 강해졌으며, 앞으로 더 잦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황사가 바꿔놓은 중국인들의 삶
황사가 덮친 후, 많은 중국인들은 SNS를 통해 서로 안부를 묻고, '생존 꿀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공기청정기 없으면 물수건으로 틈을 막아라", "창문 실리콘으로 틈새 막는 법"까지.
아이들은 학교를 쉬고, 회사들도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평소 붐비던 거리마저 텅 빈 모습이 전해졌다. 마치 코로나19가 처음 퍼졌을 때 거리의 적막함을 떠올리게 했다.
또한, 한편으로는 "우리도 이제 더 이상 자연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평소 환경 문제에 무관심했던 이들조차 "숨조차 못 쉬는 날"을 겪고 나서야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개발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중국 정부가 사막화 방지 조림 사업, 황사 방지 정책을 내세운 지 오래지만, 여전히 대규모 개발은 멈추지 않는다. 초고층 빌딩, 도로 확장, 산업 단지 건설.
"나무를 심는 속도보다 건설 속도가 더 빠른데, 우리가 뭘 기대할 수 있겠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에게 오는 황사
문제는 이 황사가 중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한국, 일본까지 강한 황사가 덮쳤고, 하늘이 노랗게 물든 사진들이 줄을 이었다. 한국에서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황사는 국경을 넘는다. 자연 앞에서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순간이다.
“이대로 괜찮을까?”
황사가 덮친 날, 창밖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괜찮을까?"
아이들이 파란 하늘을 보지 못하는 세상.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세상.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어떤 미래를 살게 될까.
누군가는 "인간이 만든 문제, 인간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조금씩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